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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행복도리 입니다.

  • 2025. 4. 2.

    by. haengbok-24

    목차

      현대 뇌과학은 인간의 '기억'을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닌, 생존과 감정, 학습을 관장하는 복잡한 신경활동의 산물로 정의합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어떤 것은 오래 기억하며, 어떤 것은 금세 잊어버립니다. 그렇다면 뇌는 어떤 기준으로 기억을 선택하고, 왜 잊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최신 뇌과학 연구와 책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왜 잊는지를 세 가지 측면에서 나누어 설명드리겠습니다.

       

      1.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해마와 대뇌의 협업

      기억의 중심 ‘해마’

      기억의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는 바로 ‘해마(hippocampus)’입니다. 해마는 대뇌 변연계 안쪽에 위치한 소기관으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기적으로 들어온 감각 정보는 해마에서 임시 저장된 후, 의미 있고 중요한 정보로 판단될 경우 대뇌 피질로 전송되어 장기기억으로 고정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처음 만난 날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과정은 해마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반복되지 않거나 중요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뇌는 이 정보를 버리게 되죠. 즉, 해마는 기억을 선택하고 걸러내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합니다.

      장기기억의 저장소, 대뇌 피질

      해마가 기억을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면,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은 기억을 ‘보관’하는 역할을 합니다. 장기기억은 해마의 판단을 거쳐 대뇌 피질의 특정 영역에 저장되며, 감각의 종류에 따라 저장되는 부위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시각 정보는 후두엽, 청각 정보는 측두엽에 저장됩니다.

      📚 책 속 사례: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Eric Kandel)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In Search of Memory)에서는, 해마를 제거한 환자 'H.M.' 사례가 언급됩니다. 그는 뇌전증 치료로 해마를 제거한 후, 새로운 기억을 전혀 형성할 수 없게 되었고, 이를 통해 해마의 중요성이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2. 기억은 왜 사라지는가: 망각의 과학

      망각은 뇌의 ‘필터링’ 기능이다

      우리는 종종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표현하지만, 뇌과학적으로는 오히려 **‘필요 없는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이해됩니다. 즉, 망각은 비효율적인 정보 과부하를 방지하고, 중요한 정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뇌의 자정 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신경과학자 블레이크 리처즈(Blake Richards) 교수는 “망각은 뇌의 최적화된 기능이며, 뇌는 ‘정보 보존’이 아니라 ‘정보 처리 효율’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냅스의 약화와 기억의 소멸

      기억은 뉴런 간 연결인 ‘시냅스’의 강화로 이루어지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복되지 않으면 이 연결은 점차 약화됩니다. 이를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라고 부르며, 자주 사용되는 경로는 강화되고, 그렇지 않은 경로는 약화되어 사라집니다.

      📚 책 속 사례: 《왜 우리는 기억을 못할까》(The Forgetting Machine)에서 작가 로드리고 퀴안 라모스는 기억의 저장보다 삭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망각이 있어야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즉, 망각은 창조적인 사고의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3. 기억을 더 오래, 더 선명하게 유지하는 방법

      반복과 감정은 기억의 열쇠

      뇌는 감정적으로 강렬한 사건을 더 잘 기억합니다. 이는 ‘편도체(amygdala)’라는 감정 처리 뇌 영역이 해마와 밀접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기쁨, 슬픔, 공포와 같은 감정을 동반한 기억은 해마에 더 강하게 각인되어 장기기억으로 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반복(repetition)**은 기억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학습과 복습을 적절히 조절하면 시냅스 간 연결이 강화되어 정보를 장기 저장할 수 있습니다.

      수면, 운동, 식습관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

      기억을 장기화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수면의 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면 중에는 해마에서 대뇌 피질로 기억이 전송되는 ‘기억의 재생성(replay)’이 일어나며, 이 과정이 차단되면 장기기억 형성이 어렵습니다.

      또한 운동은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를 증가시켜 해마의 활동을 돕고, 오메가-3, 블루베리, 견과류 같은 음식은 해마와 시냅스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책 속 사례: 최근 출간된 《기억의 연금술》(The Memory Code)에서는 고대 부족들이 어떻게 기억을 구조화했는지를 설명하며, 신체 활동과 기억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무브먼트, 리듬, 반복이 기억을 강화하는 고대의 방법이자 현대에도 유효한 방법임을 강조합니다.


      마치며: 기억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것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정보를 저장하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구성하는 핵심입니다. 뇌는 매 순간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무엇을 잊을 것인가’를 선택하고 있으며, 그 선택은 우리의 감정, 환경,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억의 뇌과학을 이해하면 단순한 학습을 넘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창의적 사고를 실현하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는 것’도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 같은 시대에,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하는 것만큼, 잘 잊는 법도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