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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평소와 다르게 예민해졌다고 느낄 때, 뇌의 상태를 의심해야 합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별일 아닌데 짜증이 나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웃어넘겼을 말 한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쌓였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후회하는 일도 있죠. 이런 감정의 변화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리학과 뇌과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뇌의 과열 상태’**로 설명합니다.
현대 사회는 우리의 뇌를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리는 알림,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끝나지 않는 업무와 책임. 우리 뇌는 단 한 순간도 온전히 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유은정 교수는 그녀의 저서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에서 “사람들이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이유 중 하나는, 뇌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와 피로에 노출되면서 감정 조절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2. 뇌가 과열되면, 작은 자극도 ‘위협’으로 인식합니다
감정의 안전판, ‘편도체’가 과하게 활성화될 때
우리 뇌에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요한 기관인 **편도체(amygdala)**가 있습니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고, ‘싸울지 도망칠지(fight or flight)’를 결정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편도체는 점점 민감해지고 사소한 자극도 위협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동료의 무심한 한마디, 연인의 무뚝뚝한 반응도 뇌는 ‘공격’으로 판단하고 방어 반응으로 ‘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사폴스키(Robert Sapolsky)는 그의 저서 『왜 인간은 불안해하는가』에서 “만성 스트레스는 편도체를 비정상적으로 확장시키고, 이로 인해 사람은 사소한 상황에도 비이성적인 감정 반응을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결국 우리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과민 반응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3. ‘화’는 무의식의 비명일 수 있습니다
억압된 감정이 뇌를 자극합니다
“별일 아닌데 화가 난다”는 말은 곧 ‘나는 지금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난 사건이 아니라, 그 뒤에 억눌려 있던 감정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역할, 관계에서의 기대, 완벽주의 같은 요소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감정을 눌러두게 만들고, 이 억눌린 감정들이 뇌를 자극하여 쉽게 분노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분석학자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억눌린 감정은 마치 끓는 주전자 속 증기와 같다. 언젠가는 새어나오고, 터지게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곧, 우리가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4. 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 ‘예민함’을 줄이는 첫 걸음입니다
뇌의 정화를 위한 '디지털 디톡스'
뇌가 과열된 상태에서는 사소한 자극도 감정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휴식과 뇌 정화가 필요합니다. 최근 많은 심리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입니다. 일정 시간 동안 휴대폰, 컴퓨터, SNS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 자연 속에서 걷거나 명상을 통해 뇌를 쉬게 하는 것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정신과 의사 마크 윌리엄스(Mark Williams)는 “매일 10분의 명상은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감정 조절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매일 10~15분간의 ‘마음챙김’은 분노 조절에 매우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임상 실험 결과도 존재합니다.
5. 감정의 온도 조절, 자신을 위한 연습입니다
마음을 읽고 조절하는 연습의 중요성
감정은 자동 반응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왜 내가 이 감정에 반응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연습입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일환으로,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한 걸음 떨어져서 관찰하는 습관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자기계발서 『감정 사용설명서』에서도 저자 일자 샌드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강조합니다. 화가 날 때마다 잠시 멈추고, ‘내가 왜 이렇게 반응했는가’를 되묻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차분하게 반응하는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뇌가 보내는 감정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세요
“왜 이렇게 별일 아닌데 화가 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감정의 불편을 넘어 내면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라는 뇌의 경고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삶은 너무나 바쁘고, 복잡하고, 정보로 가득 차 있어 감정을 정리할 틈조차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일하고, 관계 속에서 긴장하고, SNS 속 타인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웁니다. 그리고 결국,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하는 ‘과열된 뇌’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뇌는 회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말합니다. 습관을 바꾸고,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새롭게 배우는 것만으로도, 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명상, 충분한 수면, 과도한 정보로부터의 거리 두기, 스스로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은 뇌의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더 많은 여유를 주는 것입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이 정도는 참아야지’라며 넘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감정 조절의 시작입니다. 그러한 자기이해와 감정의 존중은 더 나아가, 인간관계의 질을 높이고, 삶의 전반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데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혹시 지금, 아무 일도 아닌 것에 화가 났다면, 자신을 나무라지 마세요. 그 화는, 스스로를 좀 더 돌보라는 뇌의 따뜻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감정이라는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합니다. 그 언어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방식으로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기 돌봄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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